전체 글12 그라나다 알바이신 골목에서 보낸 하루 열정적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막 끝나갈 때쯤 저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우선, 저는 월드컵을 개최한 해에 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습니다.전국의 월드컵 경기에 쫓아다니느냐고 학점이 엉망이어서 유급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그때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같이 지킨 그 2명의 친구도 저와 비슷했기 때문에 방학 동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을 계획한 것입니다. 원래 일정에는 그라나다가 없었습니다.세비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가 알람브라 궁전 이야기를 하도 열심히 하기에, 다음 날 아침 셋이서 급하게 기차표를 바꾸고 그라나다행 기차에 올랐습니다.계획에 없던 도시라 숙소도 기차 안에서 부랴부랴 예약했던 기억이 납니다.예약 사이트를 뒤적이며 셋이 각자 .. 2026. 9. 13. 강릉에서 만난 아버지의 젊은 시절 아버지의 58번째 생신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가기고 결정했습니다.떠날 효도여행지를 고민하다가 강릉을 후보로 올려놓고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는데 강릉으로 여행지를 정한대에는 이유가 있습니다.아버지는 군대를 강원도 최전방으로 다녀오셨는데 강원도는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입니다.아버지 때에는 군대가 3년이었는데 고작 3년 있으신 거 가지고 고향과도 같다니 여자인 저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그 당시 아버지세대에게 군대란 소중하고 애절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기차와 자가용의 차이 어쨌든 부모님과의 여행을 앞두고 가장 먼저 확인한 부분은 이동 방법이었습니다.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라면 장시간 이동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어서, 편하게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조.. 2026. 9. 12. 고대 유적을 만나는 세비야 세비야는 최근 세계지도에서 나라 찾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입니다.사실 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쉽게 설명해 주고자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에, 세비야가 여행 후보로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고 관련 정보를 한번 정리해 보게 되었습니다.기회가 된다면 가족여행의 후보지로도 두고 싶었기 때문에 도시 안에서만 일정을 채우기보다 근교로 잠깐 다녀올 수 있는 코스가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세비야 근교에는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로 다녀오기 좋은 곳들이 여럿 있었습니다.가장 자주 이름이 나온 곳은 산티폰세라는 마을에 있는 이탈리카였습니다.세비야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삼십 분 남짓이면 닿는 거리라, 이동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고대 로마 시대의 원형 경기.. 2026. 9. 8. 십년만에 아이 없이 떠난 경주 경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서 수련회 하고 저녁밥으로 먹었던 맛없던 카레가 기억이 납니다.학창 시절의 추억과 함께 최근에 경주의 아름다운 여행 한 페이지가 생겼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결혼기념일 10주년이 얼마 전이었는대요.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바쁘게 살다 보니 결혼하고 십 년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직장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다 보니 정신없이 어느새 십 년째 여름이 되었습니다.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먼저 얘기를 꺼내더라고요.어디든 좋으니 둘이서만 며칠 다녀오자고요.결혼 10주년이니 오랜만에 해외도 고민했지만, 아이 없이 떠나는 여행 자체가 오랜만이라 큰 욕심부리지 않고 가까운 국내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여행 후보지가 있었는데 우.. 2026. 9. 7. 디저트 좋아하는 사람의 선택 리스본 오늘은 퇴근하고 나서 다음 휴가는 어디로 가면 좋을지 검색하다가 유독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자주 눈에 띄더라고요.유럽 여행 지치고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인데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마다 음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아예 작정하고 정리를 해보게 되었습니다.무엇보다 음식면에서는 향신료가 강하지 않고 우리에게 친숙한 메뉴들이 많아서 한국사람들에게 좀 더 편안한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행의 묘미는 관광도 중요하지만 우선 먹는 재미가 빠질 수 없으니까요. 디저트 천국 리스본 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에그타르트, 정확히는 파스텔 드 나타입니다.벨렝 지구에 있는 원조 매장 이야기가 여러 후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커스터드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다른 도시에서 먹는 .. 2026. 9. 6. 전주 비빔밥 같은 풋풋한 신혼 초 전주는 신혼 초 여행했던 곳인데 부부가 되어서 하는 여행이라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닌 부부라는 이름의 공동체 같이 느껴졌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저희 부부는 전주로 향했습니다. 화려한 해외 신혼여행 대신 국내를 택한 데에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결혼식 준비로 몇 달을 정신없이 보낸 터라, 비행기를 오래 타는 일정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둘이 조용히 쉬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여행사 상담을 몇 군데 받아 보긴 했지만, 결국 지도를 펴 놓고 기차로 갈 수 있는 곳들을 손으로 짚어 보다가 전주로 정했습니다.어디를 가느냐보다 이제 막 부부가 된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떠난다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2026. 9. 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