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프리카 대륙 중 나라를 몇 군데 다녀와봤는데 마라케시는 도착하자마자 냄새로 기억되는 도시입니다.
공항에서 메디나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향신료 냄새와 가죽 냄새, 그리고 어디선가 굽고 있는 빵 냄새가 뒤섞여서 코끝을 자극합니다.
저는 이 도시를 세 번의 다른 시기에 다녀왔는데, 신기하게도 냄새에 대한 기억만큼은 매번 똑같이 강렬했습니다.
보통 동남아시아 쪽을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아시아 향신료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이 도시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좁은 골목 안에 시장과 사람 사는 공간이 뒤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메디나라고 불리는 구시가지 자체가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지도를 봐도 방향 감각을 잃기 쉽습니다.
대학생 때 친구와 처음 이곳에 갔을 때는 골목 하나 잘못 들어서서 삼십 분 넘게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길을 잃고 걷다가 마주친 작은 공방이나 낡은 대문이 오히려 더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여행 시기와 대표 볼거리 추천
최적의 여행 시기는 날씨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마라케시는 사막과 가까운 지역이라 한여름에는 낮 기온이 상당히 높이 올라갑니다. 회사 일로 짧게 들렀을 때가 하필 그 시기였는데, 한낮에는 밖을 돌아다니기가 힘들어서 일정 대부분을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로 몰아서 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저는 봄이나 가을처럼 기온이 조금 누그러진 시기를 더 권하고 싶습니다.
걷는 여행지인 만큼 날씨가 체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동 방법은 도시 안과 밖을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메디나 안에서는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골목이 많아서 걷는 게 기본이고, 짐이 많다면 현지에서 손수레 같은 걸 이용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도시 밖에서 접근할 때는 인접 도시에서 버스나 항공편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학생 때는 예산 때문에 버스를 탔고 장거리라 꽤 지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족 여행 때는 아이 체력을 고려해서 항공편으로 이동했고, 도착 후에는 숙소까지 픽업을 부탁해서 낯선 골목에서 헤매는 수고를 덜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이런 사소한 선택 하나가 여행 초반 분위기를 꽤 좌우한다고 느꼈습니다.
대표적인 볼거리로는 역시 제마 엘프나 광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낮에는 상인들이 물건을 늘어놓고 손님을 부르는 소리로 가득하고, 해가 지면 노점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바뀝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녁 시장 쪽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기와 불빛, 사람들의 소리가 뒤섞이는 모습이 낮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정원 쪽으로는 마조렐 정원이 자주 언급되는 곳입니다. 좁고 복잡한 메디나 골목을 걷다가 이 정원에 들어서면 파란색 건물과 초록빛 식물들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대비가 상당히 선명합니다.
대학생 때는 이곳까지 걸어서 찾아가느라 애를 먹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고생마저도 여행의 일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인기가 많은 곳이라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여유롭게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던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별한 체험 전통 가옥
저는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에 기회가 된다면 전통 가옥에 하룻밤을 지내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옥 체험과 같은 것인데 이 나라의 전통 가옥 이름은 리아드입니다. 이곳에서 묵어보는 경험도 이 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벽돌담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정을 중심으로 방들이 배치된 구조가 나타납니다.
가족 여행 때 이런 리아드에 묵었는데, 아이가 중정에서 나는 물소리와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걸 신기해했습니다.
다만 방과 방 사이 방음이 그리 좋지 않은 곳도 있어서, 예약 전에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이 호텔과는 다르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합니다. 전통 가옥에서 묵는 걸 좋아하는 저이지만 다시 가게 된다면 전통 가옥은 과감히 숙소 계획에 넣지 않을 생각입니다.
숙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다음날 관광을 잘할 수 있는데 잠자리가 불편하다 보니까 다음날에도 하루 종일 피곤하여 한국에서 가져온 믹스 커피를 계속 마셨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 가는 해외여행에서는 안정되고 편안한 숙소를 꼭 잡으시길 추천합니다.
아프리카 향신료의 매력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마라케시 시장의 향을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즉, 이곳에서는 향신료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시장 곳곳에 색색의 향신료가 산처럼 쌓여 있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됩니다.
평소에 접할 수 없던 향신료 백화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학생 때 친구와 저는 이름도 모르는 향신료를 손짓 발짓으로 물어가며 조금씩 사 모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결국 서랍 안에서 오래 묵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는 향신료를 살 때 상인에게 사용법을 꼭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향신료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밀봉 가능한 용기나 지퍼백을 미리 준비하세요. 여기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한국의 인천공항에서 도착해서 나는 향신료 냄새에 진땀이 났었답니다.
현지 음식으로는 타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뾰족한 뚜껑이 달린 그릇에 고기와 채소를 함께 오래 익혀내는 요리인데, 향신료 냄새가 강하긴 하지만 맛 자체는 자극적이지 않아서 아이도 무난하게 먹었습니다.
쿠스쿠스도 자주 접하게 되는 음식인데, 곁들여 나오는 채소나 고기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져서 여러 번 먹어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향신료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미리 맛을 보고 아이에게 주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여행을 준비한다면 몇 가지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습니다.
메디나 골목은 유모차나 큰 짐을 끌고 다니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이고,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가 낯설어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 아들도 처음에는 조금 긴장했는데, 며칠 지나자 오히려 시장 구경을 재미있어했습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적응하는 속도가 다를 수 있으니, 첫날은 무리하지 않고 짧게 둘러보는 정도로 계획하는 걸 추천합니다.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미리 점검해 보면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걷기 편한 신발을 준비합니다. 메디나 골목은 바닥이 고르지 않은 구간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주의할 점은 의상을 조금 신경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깨나 무릎을 가리는 옷을 챙깁니다.
전통 가옥이나 시장 안에서 복장을 신경 쓰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아이의 상태를 잘 살펴야 합니다.
해외에 나오면 배앓이를 자주 하기 때문에 아이의 상태가 괜찮아 보여도 첫날 일정은 가볍게 잡고, 시장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이후의 일정을 순탄하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날씨이기 때문에 물이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 주세요. 특히, 시장 골목 안에서는 쉴 곳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수분섭취와 간단한 간식은 꼭 먹어줘야 합니다.
이 도시를 떠올리면 저는 아직도 그 골목의 냄새가 먼저 떠오릅니다.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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