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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야시장 온천 사찰 미식

by 아니엠 2026.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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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타이베이는 갈 때마다 이유가 다른 곳 중 하나입니다.

우선 다양한 시간의 기억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친근함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대학생 때는 돈 없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야시장 때문에 갔고, 회사 다니면서는 짧은 출장 끝에 몸을 녹이러 온천에 들렀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 밥투정 없이 먹일 수 있는 음식이 많아서 다시 찾게 됐습니다.

같은 도시인데 갈 때마다 목적이 바뀌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날씨 이야기부터 하자면, 타이베이는 여름에 가면 습도 때문에 걷는 것 자체가 일이 됩니다.

대학생 때 친구와 8월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면 옷이 흠뻑 젖어 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이후로는 봄이나 가을에 가는 걸 저는 더 선호하게 됐습니다.

걷기 좋은 날씨여야 야시장도, 절도, 온천도 다 즐길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의 여름 나기를 무척 힘들어하는데 이곳에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에 지내다 보면 더운 날씨의 힘든 것을 잊곤 합니다.

타이베이 야시장 온천 사찰 미식
타이베이 야시장 온천 사찰 미식

 

 

야시장의 추억

 

저에게 밤 시간에 주어진 야시장 투어는 타이베이 여행의 꽃이었습니다.

아마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모든 곳이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과 많이 다르지 않은 음식 문화 때문에 타국의 향신료도 야시장에서는 모두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시절 친구와 배낭 하나씩 메고 갔을 때, 저희는 숙소에 짐만 풀고 바로 야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스린 야시장 골목을 걸으며 한 접시씩 사 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부르고 지갑은 가벼워지는데, 그 균형이 묘하게 만족스러웠습니다.

친구와 저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 앞에서 매번 망설이다가 결국 사 먹었고, 입에 안 맞으면 서로 웃으며 남은 걸 나눠 먹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여행의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계획 없이 걷다가 냄새나는 쪽으로 따라가는 식이었으니까요.

라오허제 야시장도 스린 못지않게 좋았는데, 사원 입구에서 시작해서 한 방향으로 쭉 이어지는 구조라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처음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서, 계획을 세우는 게 서툰 여행자에게도 편한 동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롱산사는 야시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 시끌벅적한 야시장을 지나다가 갑자기 조용한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바뀌는 게 느껴집니다.

대학생 때는 그저 관광지로 들렀지만, 나이가 들고 다시 가보니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지 음식을 맛보는 것을 떠나 현지인들의 인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보다 실제로 기도하러 온 사람이 훨씬 많아서, 구경하는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워지는 곳입니다. 화려한 단청과 조각들을 천천히 올려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꽤 지나 있곤 했습니다.

 

 

온천을 좋아하는 여자

 

온천은 조금 다른 시기의 기억입니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에도 주말이면 목욕탕을 꼭 찾곤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중 온천과 사우나는 빼놓을 수 없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이런 제가 출장 중에 온천 방문을 했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짧은 출장으로 타이베이에 갔을 때, 일정이 끝난 다음 날 오전 비행기 전까지 반나절이 붕 떴습니다. 동료 한 명과 베이터우로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시내에서 지하철로 금방 갈 수 있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움직였습니다.

 

유황 냄새가 올라오는 계곡을 따라 걷다가 온천에 몸을 담그니, 출장의 피로가 그제야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일 때문에 간 도시에서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게 의외였고, 그 뒤로 타이베이는 저에게 일과 휴식이 묘하게 겹치는 도시로 남았습니다.

온천 마을 자체가 크지 않아서 반나절 코스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 여행자에게는 특히 반가웠습니다.

가족 여행으로 다시 갔을 때는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됐습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 간 해외여행지가 타이베이였는데, 아이 입맛에 걸리는 음식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딤섬이야 말할 것도 없고, 우육면은 아이도 국물까지 다 먹을 정도로 잘 맞았습니다.

 

망고빙수는 아이가 하루에 두 번 먹자고 조를 정도였는데, 부드러운 얼음과 망고의 단맛이 어른인 저희 부부에게도 더위를 식히는 좋은 핑계가 되어 주었습니다.

남편은 평소 낯선 음식에 소극적인 편인데, 이번에는 먼저 이것저것 시켜보자고 할 정도로 타이베이 음식에는 관대해졌습니다.

가족 여행에서는 이동 수단도 중요한 문제인데, 타이베이는 지하철 노선이 단순하고 표지판에 영어가 함께 적혀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도 헤맬 일이 적었습니다.

야시장이나 관광지 대부분이 지하철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점도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 아이와 다니기에 수월했습니다. 택시도 가까운 거리는 부담 없이 탈 수 있어서, 아이가 지쳤을 때는 무리하지 않고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다채로운 사찰 음식

 

인상 깊었던 사찰도 가족 여행에서 다시 들렀는데, 아들은 향 연기와 커다란 향로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종교적인 의미까지 다 설명해 주긴 어려웠지만, 사람들이 왜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하는지 정도는 아이 눈높이에서 이야기해 줄 수 있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야시장과 조용한 절을 하루 안에 오갈 수 있다는 점이 아이에게도 좋은 대비 경험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나라의 사찰 음식과 달리 이곳에는 향신료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야시장 음식과 조금 닮은 점이 있습니다.

온천은 가족 여행에서는 대중탕보다 개별 온천이 있는 숙소를 찾아서 다녀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출장 때처럼 혼자 여유를 즐기는 온천은 아니었지만 대신 아이가 온천물에 발을 담그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온천 하나를 두고도 시기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습니다.

타이베이는 크게 화려하지 않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야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절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온천에서 몸을 녹이는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오히려 그 담백함이 이 도시를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어떤 시기의 제가 그곳을 걷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아마 앞으로 한 두 번은 더 방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